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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의 사이에서 - 친구의 커밍아웃우아한 디자이너 /일상과 수다 2020. 4. 8. 21:00
최근 입사 동기 친구가 나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다며 회사 카페테리아로 불렀다.
긴장한 듯 보이는 그 친구가 내게, 커밍아웃을 했다.
그동안 남자로 살아왔지만 자기는 스스로 늘 여자이고 싶었고 여자라고 생각하고 살았기에 앞으로는 여자로 살 거라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친구의 이야기가 충격적이긴 했지만, 그 동안 마음고생을 했을 친구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이 곳에 살고 있는 그 친구가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용기내어 말해주어서 고맙다고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하고는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오피스로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그럼 나는 앞으로 그 친구를 '그녀'라고 불러야 하는 거겠지?
외모만 변할 뿐, 그 친구는 그대로니까 괜찮을거야.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친구는 여전히 좋은사람이고 우리의 관계에는 변함이 없지만
내게 기계에 대해 알려주던 친구가 이제는 메이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머리를 기르는 모습, 마른 몸이 가지고 싶다며 채식과 함께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이름을 바꾸고..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연습하고 여자 옷을 입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스스로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듯이 나 역시 그 친구의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내색하지 않을 뿐...
친구를 응원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하루빨리 진정한 여자로 태어나려고 전속력을 다하는 친구의 속도와.. 익숙하던 것이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나의 속도가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일 년이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만난 친구인데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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