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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디탄] 02. 영국에서의 나의 첫 면접
    우아한 디자이너 /우아한 디자이너의 탄생 2019. 2. 27. 08:12

     

     

    하루하루 주어졌던 남편의 작은 미션들을(?) 수행하며 일과 라고는 집안일, 운동, 남편 심부름 뿐이었던 내게 이번에는 빅 미션이 주어졌다. 바로 CV를 업데이트 하는 것! 그 덕에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이후로 하드 구석에 잠들어있던 내 이력서가 드디어 빛을 보게됐다. 한국과 다른 영국 이력서에 내 이력들을 맞추어 넣는 것 부터, 영문버전으로 바꾸는 것 까지 쉬운게 하나도 없었다. 하나씩 남편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영문버전으로 만들었다. 

     

    이제 다음 단계는?!! 디자인이다!

    개발자인 남편의 이력서는 보기만해도 재미없는 그저그런 워드문서 였는데 나는 디자이너 이니까 좀 더 예쁘게 만들고 싶었다ㅎㅎ 

     

     

    곰: 여보, 근데 아무리 디자인 잡이라도.. 이력서인데 이렇게 알록달록하게 만들어도 돼? 한국에서도 그렇게 했어? 개발자랑은 너무 달라

    : 아니~~ 한국에선 주어진 형식대로 만들었지. 근데...괜찮을거 같은데? 구글링해보니 예쁜거 엄청 많던데 뭘~~ 

         어차피 붙기는 힘들텐데 그냥 만들어볼래 ㅋㅋ

    곰: 그래그래 ㅋㅋ 그냥 만들어보자. 재밌겠다.

     

     

    그렇게 나의 첫 영문 이력서가 완성되었다. 많지는 않지만 포트폴리오도 인터넷에 업로드 했다. 지금보면 너무 어설프고, 이력이 없어서 이것저것 억지로 빈 공간을 채운티가 팍팍 나지만 이 이력서, 포폴과 함께 좋은일이 가득하길 빌었다. 

     

     

    곰: 여보, 이제 이력서도 생겼겠다... 우리 이참에 회사에 지원해보자.

    나: 무ㅓ어?? 회사에?? 말도안돼.. 면접이라도 보게되면 어떡해 ㅠㅠ 한마디도 못할거 같은데.

    곰: 면접 보게되면 완전 땡큐지!! 공짜로 영어회화 수업 하는거잖아. 이보다 더 좋은기회가 어디있어~~ 

         그냥 재미로 넣어봐. 쇼핑하듯이~~

    나: 쇼핑..흠.. 그럼 그냥 넣어나볼까....?

     

     

    잡 디스립션을 읽고는 내가 할 수 있을만한 것들을 추려서 지원하기 시작했다. 기대안한다고 말은 했지만 영국은 폰 인터뷰가 1차 면접이라는 남편의 말에 내심 전화 한 통이라도 오기를 기다렸다.  

     

     

    띠리리링~~~~

     

    헤드헌터: 헬로? 이력서 넣은 우아한 디자이너 맞니? 

    나: 헤... 헬...로? 응. 나 맞아..  너 누구니? 왜... 전화했니??  (헤드헌터 일 것 같은 예감이 들자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헤: 니 이력서가 흥미로워서 전화했어. 마침 내 클라이언트 중에 너 같은 이력을 가진 디자이너를 찾는 회사가 있거든. 관심있니? 

    나: 아.... 뭐라구..?? (긴장해서 벌써 못 알아들음)

    헤: 디자이너를 찾는 회사가 있다구. 관심있으면 설명해줄까? 

    나: 아.. 설명!!!  (단어 몇개 듣고 유추함) 좋아. 설명해줘.

    헤: 솰라솰라~~~~~

    나: ...... '도대체 뭐라는거지...'  (설명해달라고 한 것 후회 중..) 

    헤: 어때? 관심있니?? 너랑 딱이야! 

    나: 아...... 미안.. 나 잘 이해가 안돼.. 못 알아듣겠어..... 다음에 통화하자. 고마워... (당황해서 급 마무리...ㅠㅠ)

    헤: .... 괘....괜찮아.. 그래.. (실컷 설명했더니..... 부들부들) 

     

    뚜뚜뚜....

     

    나: 디무룩...ㅠㅠ

     

     

     

    내 생애 첫 전화인터뷰는 이렇게 폭.망 했다...ㅠㅠ 폭망이라고 할 것도 없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보고 당황한 나머지 얼굴만 빨개져서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버린 것 이다. 나도 알아듣고 잘 말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헤드헌터의 첫 마디를 못 알아들은 순간, 머리속이 하얘지고 심장이 빨리뛰기 시작했다.. 쉼 없이 쏟아지는 전화기 속 말들은 하나도 귓 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무슨말을 했던 걸까... 난 왜 하나도 못 알아듣는 거지..? 면접가서 못알아들으면 어쩌지..? 이래서 취업은 무슨...

     

    머리속은 온통 이런 생각들 뿐이였다. 전화는 직접 얼굴보고 대화하는 것 보다 원래 더 어려운 법 이라는 남편의 말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그 와중에도 다행스럽고 신기했던건, 부족하게만 보였던 나의 이력서를 올린 순간부터 꽤 여러 헤드헌터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점이다. 그 이후로도 몇 통의 전화를 받고 꾸역꾸역 알아듣기도 했고, 당황해서 대충 얼버무려버린 적 도 여러 번 이였다. 달걀로 바위도... 아닌 조약돌 치기가 시작된 것이다. 

     

     

    띵동~ 메일왓숑!

     

    '우리 A헤어브랜드 회사에서는 유능한 디자이너를 모집합니다. 우아한디자이너 님이 제출해 준 이력서에 감사를 표하며 귀하를 온 사이트 인터뷰에 초청하고자 합니다.'

     

    나: 여봉!!! 이거뭐야? 온 사이트 인터뷰가 뭐야. 나 인터뷰에 초청됐나봐!!! 

     

    곰: 대박 ㅋㅋ 이게뭐야. 폰 인터뷰도 없이 온사이트 인터뷰에 오라고?? 

     

    나: 온 사이트가 뭔데??

     

    곰: 보통은 여보가 지난주에 열심히 전화 받았듯이.. 헤드헌터들이 1차로 폰 인터뷰 (프리 스크리닝)를 하면서 후보자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아내고 이 사람이 적합한 사람인지 아닌지 미리 판단해. 그렇게 간추려진 사람들은 2차로 온사이트 인터뷰라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면접에 초청받게 되는거야. 근데 여보는 폰 인터뷰도 없이 바로 온 사이트에 초청된거고!

     

    나: 대박!! 그럼 전화 안받아도 되는거야? ㅋㅋㅋ 너무좋다 ㅋㅋㅋㅋㅋㅋㅋ  (전화 너무힘들어...

     

    곰: 디자이너라서 그런가? 개발자 인터뷰랑 다른게 많다~~

     

    나: 그런가봐. 아무래도 디자이너들은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니까 직접 보고싶나봐. 

     

     

    인터뷰 날짜가 정해지자 나는 영국에 온 이후, 처음으로 열공모드에 돌입했다. 그 시기에 한국에서 시부모님이 영국여행을 오셨지만.. 남편과 시부모님의 배려로 면접준비에 집중 할 수 있었다. 공식적인 첫 인터뷰이기에 인터뷰 예상 질문들을 상상해서 적고, 대답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따라하며 무작정 외웠다. 

     

     

    '예상질문 외에  다른질문들을 하면.... 어떡하지............... 폰 인터뷰때 처럼 못 알아 들으면 ....?...

     

     

    불안한 마음이 한 가득이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걸 하는 수 밖에. 이번에는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는 연습에 돌입했다. 서투른 영어 이지만 마치 강의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남편도 옆에서 하나하나 영어를 고쳐주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주기도하고.. 살림을 도맡아하며 면접준비를 도와주었다. 결혼 후 바로 영국으로 오는 바람에 시부모님과 함께보내는 첫 일정들이였는데 며느리는 면접준비하느라 하루종일 방에있고, 아들이 식사준비며 살림을  도맡아 하는 모습이 어른들이 보시기엔 서운하실 법도 한데.. 감사하게도 시부모님은 전혀 내색하지 않으시고 응원해주셨다. 가끔씩 함께 동네 산책이라도 다녀오면 바쁜데 시간내줘서 고맙다고 하시니.. 되려 죄송하고 열심히해서 꼭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했다. 

     

     

     

    면접당일,

    긴장한 나, 신난 남편, 더 신나신 것 같은 시부모님과 함께 면접장소로 향했다. 그 동안 입을 일이 없어서 옷장 구석에 넣어두었던 예쁜 원피스를 꺼내서 입고 공들여 화장도 하고 구두도 신으니... 마치 한국에서 회사다니며 커리어우먼 자부심 뿜뿜하던, 그 시절로 돌아간듯 한 기분이 들었다.  

     

     

    준비물은 프린트 한 이력서와 아이패드에 잘 넣어둔 포트폴리오. 불안한 마음에 프린트한 포트폴리오 파일까지. 게다가 나의 비장의 무기인 예상질문 대본까지...ㅎㅎ 이만하면 됐다. 이제는 그냥 즐기는 수 밖에!

     

    면접장소에 일찍 도착했더니 시아버님께서는 며느리가 대견한지 면접보는 회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시며 긴장을 풀어주셨다. 

     

    "재밌게 잘 하고 오너라~!!" 

     

    가족들의 응원과 함께... 면접장의 문을 열었다. 

     

     

     

     

     

     

    [우디탄] 03. 영국에서의 나의 첫 면접

    면접장의 문이 열였다. -면접관: 환영합니다. 우아한 디자이너님. 오늘 면접관 토비 입니다. -나: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비: 오는 길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여기는 매니저 앤드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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