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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를 제출하다우아한 디자이너 /영국 회사생활 2019. 12. 30. 04:10
2019. 2. 4
지난밤 구글을 뒤져가며 사직서를 작성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영국에서 첫 직장인 지금 회사에 정이 많이 들기도 했고, 편안하고 안락한 곳을 떠나 경쟁적인 근무환경이 걱정되기도 했다. 월요일 오전에 미팅을 하기로 한 팀 헤드인, 조가 갑자기 재택근무를 하는 바람에 그럼 조에게 그의 집 근처에서 같이 점심이나 먹자고 연락을 했다.
"다야, 무슨일이야?"
"음.. 조.. 그게 말이야....(표정 울먹..)"
"왜.... 노우.. 너 혹시.... 퇴사하니..? 그거면 난 안 들을래 ~~~"
팀 멤버이자 가장 가까운 동료 중에 한 명 인 조 이기에.. 퇴사를 가장 먼저 말하는 게 예의이지만,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조는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미안해하는 내게 절대 미안할 일 아니라고 좋은 선택이라며 위로해주었다 ㅠㅠ
조와 샤먼은 회사에서 가장 친한 삼총사 같은 친구였기에 공식적인 발표 전에 샤먼에게는 따로 말해도 괜찮다고 했다.
"샤먼,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웅, 지금 어때?"
"샴~~ 나 너에게 할 말이 있는데.. 너에게 먼저 말해주고 싶어서.."
"오 마이 갓! 너 혹시!! 임.... 신...? 꺅~~~~~"
"하하 하하핳... 아니.. 사실 나.. 퇴사해......"
"뭐????????? 오마이가ㄷ.... 나 지금 너무 충격받았어...... 퇴사??? 노우.... 임신이었어야 했어.... 말도 안 돼....ㅠㅠ"
샤먼은 한동안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나에게 진심 어린 말들을 해 주었다.
"다야, 너 기억하니? 너 입사하고 다음날 나랑 처음으로 저녁 먹으러 간 거."
"당연하지. 우리 이탈리안 레스토랑 갔었잖아."
"그때.. 네가 했던 말 아직 기억나. 회사 친구들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친해지고 싶은데, 영어 실수할까 봐 겁나고 수줍다고 걱정했잖아. 그리고 애드 쉬런 음악 이야기도 하고."
"하하하 맞아 그랬었지. 벌써 3년 전이다. 그렇지?"
"이제 걱정 안 하지? 너는 회사에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동료야~ 알지? 그렇던 네가 승진도 했고 지금은 더 큰 회사로 이직도 하잖아.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새로운 곳에서도 잘할 수 있을 거야. 영어는 제발 걱정 말고 ㅋㅋㅋ 그리고 임신하면 바로 나에게 알려줘. 너무 궁금하니까 ㅋㅋ."
나와의 작은 추억도 기억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샤먼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ㅠ 땡큐 샤먼......
이제 조가 팀 멤버들과 다른 동료들에게도 곧 소식을 알릴 계획이다. 영국에서 나의 첫 직장이었던 이 곳을 떠나려니 벌써 너무 섭섭하지만.. 퇴사를 하게 되니 동료들과 허심탄회하게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도 있고, 회사의 가십도 듣게 되고 너도 이직 계획 있냐 와 같은 솔직한 이야기들도 하게 되는 건... 좀 재밌다...ㅋㅋㅋ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이 말을 하루에 몇 번이나 들은 지 모른다 ㅋㅋㅋ
게다가 매니저가.. 리드 디자이너나 팀 헤드로 승진하게 된다면 여기 남아줄 수 있냐는 제안을 해줘서 정중히 거절하긴 했지만... 너무 고마웠다.
이제 남은 한 달 동안 그동안의 업무를 마무리 잘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일만 남았다.
하. 복잡한 마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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