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아한 디자이너

프롤로그: 우아한 디자이너의 탄생




한국의 어디쯤 위치한 지방의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 그곳에선 최고라는 국립대를 졸업하고 어렵지 않게 중소기업의 그래픽디자이너로 취업했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고 익숙한 풍경과 소꿉친구들과의 수다가 가장 행복이며 가장 멀리 가본 곳은 제주도였던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국립대를 졸업한 엘리트요, 부모님에게는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하지만 그저 지금처럼 곱게 자라 부모님이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서 잔잔히 같았던 인생이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면서영국이민이라는 폭풍 같은 변화를 맞이했다.



결혼 , 지금의 남편은 내게 밤낮으로 영국에 오기 전에 혼수도 예단도 아닌, 영어공부를 열심히  것을 당부했었다하지만 떠나게 고향에 대한 미련이 컸던 나는, '막상 가서 살면 하게 되겠지.’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문법책 보지 않고 그저 예쁜 옷들만 잔뜩 챙겨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4 9. 영국이라는 멀고도 낯선 땅에 처음 발을 딛는 순간, 내가 마주한 세상은 영화 속의 영국과 180 다른 모습이었으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겹도록 배웠던 “Hello, how are you?” 한마디조차 못하고 얼어버린 모습만 남았었다. 자칭 시골 엘리트 생쥐의 좌절이었던 셈이다. 



백인들만 가득했던 영국의 지방에 살면서 신혼의 달콤함도 잠시. 낮에는 누군가 내게 말이라도 걸까 무서워서 남편 뒤에 숨어버리고, 밤이면 무너져버린 자존감 때문에 눈물 흘리던 수많은 날들. 영국의 이국적인 풍경보다도 한국에서의 자신감 넘치던 모습이 그리워질 때쯤, 남편이 마련해준 안락한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 세상 밖으로 작지만 걸음을 내딛기로 결심했다. 



수많은 도전과 좌절 끝에 누구보다 많고 평범했던 내가, 영국에서 학위 하나 없이 런던의 대기업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은, 영화 이야기 같지만 현실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공간에 적어보려고 한다. 지난 5년간 고생했을 나를 위한 보상이, 예전의 나와 비슷한 모습으로 힘들어하는 이들 마음에는 작은 위로가,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누군가에게는 열정의 불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