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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디자이너

03. 영국에서의 나의 첫 면접



면접장의 문이 열였다. 


-면접관:  환영합니다. 우아한 디자이너님. 오늘 면접관 토비 입니다.

-나: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비: 오는 길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여기는 매니저 앤드류 입니다. 같이 티 한잔 하면서 이야기 나누시지요. 

-나:  네! 편하게 왔습니다. 반갑습니다 앤드류! 우아한 디자이너 입니다. 

-토비: 어떤 티를 드릴까요?



읭? 면접에서 티를 한 잔 하자구..? 



크지않은 회의실 테이블에 앉으니 토비가 나를 위해 따뜻한 티를 한잔 내어주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면접관 두 명과 나, 2:1로 면접이 이루어 지는 듯 보였다. 한국의 딱딱한 분위기와는 달리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정말 티 한잔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듯한 분위기가 처음에는 낮설었다. 



-토비: 먼저.. 우아한 디자이너님의 지난 경력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군요. 한국에서 일했다구요? 어떤 일을 주로했는지 이야기 해줄 수 있나요? 

-나: 네. 한국에서 3년 정도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블라블라... 



면접관들이 차례로 현재 회사의 업무를 설명해주기도 하고, 네게 


- 이전 회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었는지

-과거 업무시 힘든 점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했었는지 

- 포트폴리오에 대한 설명

-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에 대한 경험은 얼마나 있는지?  (3D 모델링과 웹디자인 등) 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들을 했고 내가 준비해간 디자인 목업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면접준비를 하면서 언어에 대한 불안함이 컸기때문에, 요구사항에는 없었지만 어떻게든 열정을 보여주고 디자인으로서 언어의 장벽을 극복해보고자 추가로 디자인 목업을 하나 만들어갔었는데 그것에 대해 인상깊어했다. 


약 한시간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인터뷰가 끝이나고 그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면접장을 나왔다. 

그제서야 내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던 땀방울이 느껴지고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는지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곰: 고생했어 여보!! 면접은 어땠어? 분위기는 좋았어? 

-나: 응, 좋았어. 잘 본거 같애. 그냥 차 한잔 마시면서 내 경력에 대해 친구랑 수다떨고 나온거 같아. 

-곰: 별일 없었다니 다행이다. 한국의 면접보다는 많이 편안했지? 고생했어!! 이제 실컷 놀자 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부끄러울 정도로 그때의 면접은 엉망진창 이였다. 두서없이 말하기도 했고, 프로페셔널한 모습보다는 어느 새 그들의 친절에 동화되어 나도모르게 친구와 일 이야기를 하듯 수다를 떨고나온 수준이랄까.. 하지만 당시에 난.. 면접관들의 미소와 친절이 곧 좋은결과라고 순진하게 믿었다. 내 영어가 많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오늘 대화가 잘 통한다 라는 기분이 들어서 신이났었는데, 그게 아무래도 불합격의 징조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에 깨달은 것이지만, 함께 일할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일찌감치 판단을 했기 때문에 깊이있는 질문보다는 평이한 질문 위주로 인터뷰를 마무리 한 것 같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영국에서의 면접은 이렇듯 한국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분위기에 휩쓸려 너무 편안해져버려서는 절대 안된다. 긴장해서 딱딱한 태도를 유지할 필요도 없지만 적당히 편안하면서도 프로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그들로 부터 좋은소식을 듣지는 못했지만,  나는 작은 언덕을 하나 넘은 기분이 들었고 그걸로 만족하며 당분간은 면접같은건 보지 않을거라고 큰 소리 쳤다. 사실 그 당시 나는 취직이 절실히 하고싶다기 보다는.. 늘 나를 위해 애쓰는 남편에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보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에게 취업은 꿈 같은 이야기이고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지레 혼자 판단하며 진심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