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회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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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탄] 14. 첫 출근. 매니저가 이렇다고...?우아한 디자이너 /우아한 디자이너의 탄생 2021. 4. 28. 19:59
'처음'이라는 것은 늘 설레기 마련이지만 머나먼 타지에서의 첫 출근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설렘이였다. 200통이 넘는 이력서와 여러 번의 인터뷰를 거쳐서 성취한 결과에 대한 기쁨,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이면에는 이방인으로서의 첫 사회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두근거리는 마음 사이로 '한국 사람들 끼리도 텃새라는게 있는데, 외국인에게는 더 심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불쑥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자, 여기는 오늘부터 맷과 함께 디자이너로 일하게 된, 다야입니다. 모두 환영해 주세요. 각 부서별로 다니면서 직원들을 소개해 줄게요. 그럼 여기 먼저... 오피스에는 약 40명 정도의 직원들이 있었고 대부분은 나랑 비슷한 또래이거나 조금 어린 것 처럼 보였다. 한국보다 학교를 일찍 가고 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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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의 사이에서 - 친구의 커밍아웃우아한 디자이너 /일상과 수다 2020. 4. 8. 21:00
최근 입사 동기 친구가 나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다며 회사 카페테리아로 불렀다. 긴장한 듯 보이는 그 친구가 내게, 커밍아웃을 했다. 그동안 남자로 살아왔지만 자기는 스스로 늘 여자이고 싶었고 여자라고 생각하고 살았기에 앞으로는 여자로 살 거라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친구의 이야기가 충격적이긴 했지만, 그 동안 마음고생을 했을 친구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이 곳에 살고 있는 그 친구가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용기내어 말해주어서 고맙다고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하고는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오피스로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그럼 나는 앞으로 그 친구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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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 멤버들을 소개합니다 :-)우아한 디자이너 /영국 회사생활 2020. 1. 5. 23:55
2019. 5. 17 오빠랑 나랑 종종 농담 삼아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과거의 노예는 자신이 노예인 줄도 알았고, 주인이 집도 주고 밥도 줬는데 현대의 노예는 자기가 노예인 줄도 모르고, 집도 자기가 사야되고 밥도 알아서 사먹어야 된다고 ㅋㅋㅋㅋ 딱 맞는 말이다. 어쨋든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서 간식을 사러 간다, 점심을 먹으러 간다는 핑계로 회사 캠퍼스 안을 괜히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때마다 우리팀 비벡이랑 같이가는데 비벡은 영국에서 태어난 인도혈통의 친구이다. 비벡이랑 나랑 특별히 친한건 아니지만 특별히 농땡이의 기질이 숨어있는 것 같다. 잠깐 옆길로 새서, 이참에 회사 친구들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 우리팀은 큰 그룹은 약 200명, 중간그룹은 100명 정도 되는데 내가 매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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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두 달 - 'Sky Stars' 에 지명되다!우아한 디자이너 /영국 회사생활 2019. 12. 30. 04:46
2019. 5. 12 영국에 이민 온 지 벌써 5년째라는 것도 놀랍지만 새삼스레 입사한지 두 달이 지났다는 것도 놀랍다. 이제는 업무에도 많이 익숙해졌고,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처음엔 의욕이 앞서서 준비도 안됐으면서 욕심만 잔뜩 부렸는데 요즘은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다.' 고 생각하며 내게 주어진 일이 아무리 작게 보여도 최선을 다해서 좋은결과를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때때로 큰 프로젝트를 하다가 가끔씩 상대적으로 쉬운 디자인을 할때 휴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한 프로젝트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사내에서 운영하는 '스카이 스타' 라는 이벤트가 있는데 마치 연말시상식 같은 개념으로... 어떤 이유로 이 부분에서 이 직원을 추천하고 싶다며 투표하는 이벤트이다. 내가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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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이직 후 한달 동안의 이야기우아한 디자이너 /영국 회사생활 2019. 12. 30. 04:35
2019. 4. 8 이직을 하고 출근을 한지 어느덧 4주 가 지났다. 출근한 지 3일째 되던 날, 다른 친구들은 다 바빠 보이는데 왜 내게만 '제대로 된 일'을 주지 않는 거냐고 집에 와서 오빠에게 투덜거렸는데 말 꺼내기가 무섭게 다음날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다야, 조급해 하지마. 지금은 매니저와 팀원들과 신뢰를 쌓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할 때야.' 라는 오빠의 조언이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전 직장에서 시니어 디자이너로 주요 업무들을 맡아가며 주목받다가 큰 회사에서 적응시간이라며 주어진 작은 일들이 괜히 시시하게 보이기도 했고 이리저리 바빠 보이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이대로 비주류가 되어버리는 건 아닌지, '나도 빨리 뭔가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에 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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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화상 회의우아한 디자이너 /영국 회사생활 2019. 12. 30. 04:32
2019. 3. 14 스카이는 영국 내에 많은 오피스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우리 팀의 대부분은 스코틀랜드 오피스에 있기 때문에 주로 스카이프 미팅을 한다. 오늘은 아론과 샘, 데이모의 미팅에 나도 따라가서 앉아있었는데 스카이프로 스코틀랜드 오피스에 있는 팀들과 하는 미팅이었다. 나는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30분가량의 미팅 동안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는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모르는 용어들도 많았고, 경험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았다. 하나하나 다 물어보고 싶지만 회의를 방해하게 될 것 같아서 질문들을 적어놓고 내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나름대로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내 아이디어는 채택되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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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회사에 출근하다 - 스카이 입사 첫 날우아한 디자이너 /영국 회사생활 2019. 12. 30. 04:20
2019. 3. 11 여행도 다녀오고 주말에 며칠 신나게 놀았더니 다시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주 더 휴가를 가졌다가 시작한다고 할걸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그랬다면 아마 더 힘들었겠지. 10시까지 회사 본관으로 갔더니 라인 매니저인 디모가 나를 마중 나와 있었다. 디모는 회사 이곳저곳을 설명해 주면서 팀원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는데 인터뷰 볼 때도 느꼈던 것이긴 하지만 새삼 다시 보니 건물이 이렇게나 컸나... 싶었다. 나 같은 길치는 길 잃어버리기 일쑤. 매니저이자 나의 면접관이었던 데이모가 가장 먼저 소개해준 팀 멤버는 아론과 샘 이였다. 언뜻 보면 엔지니어 느낌이 나는 두 친구는 알고 보니 나와 같은 디자이너였는데, 자세히 보니 아론은 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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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던 날우아한 디자이너 /영국 회사생활 2019. 12. 30. 04:17
2019. 3. 1 그냥 보통의 하루와 비슷하게 출근준비를 했지만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니 옷차림이나 화장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싶어졌다. 새로 산 흰색 셔츠를 개시하고 평소 쌩얼로 다니던 회사이지만 화장도 하고 귀걸이도 작은걸로 하나 꼈다. 3년 간 매일같이 걷던 출근길이고, 새로운 회사로 갈때도 한동안은 이 거리를 걸을텐데 왠지 기분이 달랐다. 괜히 사진도 몇장 찍어보며 회사까지 느릿느릿 걸었다. 최대한 느리게 걸었지만 평소처럼 내가 가장 일찍 출근했다. 하지만 회사문을 여는 순간 평소와 다른 풍경에 울컥했다. 내 책상위에 친구들이 풍선과 배너로 장식을 해 둔 것이였다.... ㅠㅠ 분명 어제 저녁 퇴근 후에 했을것이 분명했기에 고마운 마음이 밀려왔다. '힝... 이거 모야 ㅠㅠ' 그제서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