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우디탄] 14. 첫 출근. 매니저가 이렇다고...?
    우아한 디자이너 /우아한 디자이너의 탄생 2021. 4. 28. 19:59

     

    '처음'이라는 것은 늘 설레기 마련이지만 머나먼 타지에서의 첫 출근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설렘이였다. 

    200통이 넘는 이력서와 여러 번의 인터뷰를 거쳐서 성취한 결과에 대한 기쁨,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이면에는 이방인으로서의 첫 사회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두근거리는 마음 사이로 '한국 사람들 끼리도 텃새라는게 있는데, 외국인에게는 더 심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불쑥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자, 여기는 오늘부터 맷과 함께 디자이너로 일하게 된, 다야입니다. 모두 환영해 주세요.
    각 부서별로 다니면서 직원들을 소개해 줄게요. 그럼 여기 먼저... 

     

    오피스에는 약 40명 정도의 직원들이 있었고 대부분은 나랑 비슷한 또래이거나 조금 어린 것 처럼 보였다. 한국보다 학교를 일찍 가고 군복무의 의무도 없는 영국인들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경력이 꽤 있는 친구들도 여전히 20대 중반인 경우가 흔하다. 

     

    나는 맷의 옆자리에 배정 받았고, 맷과 나 이렇게 둘이서 디자인 팀을 꾸려가게 되었다. 

     

    입사 첫날, 무슨 할일이 있으랴. 

    IT 팀에서 컴퓨터를 설치하러 온다기에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어디선가 낯이 익은 사람이 내 것으로 보이는 컴퓨터를 들고 오는게 아닌가?

     

    어....?
    어라? 너!! 합격했구나??ㅎㅎ 인터뷰 전에 나를 만나서 그래~ 내가 럭키 가이거든!! 하하. 축하해!
    그런가봐! 고마워. 덕분에 그 날 늦지 않고 잘 도착했었어. 

     

    그는 인터뷰 당일날 길을 잃고 해메던 나를 안내해 줬던 친구였다. 알고보니 맞은 편의 건물도 부서만 다를 뿐 같은 회사 오피스였고, 

    거기서 IT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인도계열의 라비 라는 친구였다. 

     

    라비가 열심히 내 컴퓨터에 업무에 필요한 이것 저것을 설치하며 챙겨주고 있는데

     

    티타임~~ 티나 커피 할 사람? 주문 받음!!

     

    회사 키친 쪽에서 오피스에서 가장 높은 직급인 매니저 매튜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티! 우유 조금 넣고 설탕 없이~
    나는 블랙커피에 설탕 하나
    나는 티에 설탕하나!

     

    여기 저기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오케이~ 일차 주문은 여기까지~~ 다야도 티 한잔 할래?

     

    네? 저요?? 저는 괜찮습니다! 조금 있다가 제가 직접 만들어서 마실게요! 고맙습니다.

     

    한 사람 한사람의 주문을 기억해서 자리까지 배달해주는 매니저의 모습이... 토종 한국인의 내 눈에는 충격적이면서 참 인상 깊었다.

    스스럼 없이 친근한 직원들과 매튜의 모습을 보니, 내가 촌스럽게 너무 깍듯이 대했나.. 싶을 정도 였으니까. 

     

    그 외에도 매튜는 종종 시간이 날 때마다 오피스 바닥을 정리하고, 휴지통을 비우고, 복사기에 용지를 채우고, 키친에 놔둘 간식을 사왔다. 

    한국이였다면 신입인 내가 하거나 나이가 가장 어린 막내가 해야 마땅한 그런 일들을 도맡아 했다.

    게다가 오피스에는 청소업체가 따로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간단한 정리정돈은 매튜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던 매니저와는 너무나 다른 매튜의 모습에 '영국 회사의 분위기는 다 이런걸까...?' 라는 신선함과 앞으로의 회사생활이 왠지 즐거울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업무 평가하고, 거리감이 느껴지기만 하는 어려운 매니저가 아니라 마치 직원들이 일에만 집중 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챙겨주는 오피스의 엄마 같은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수평적인 문화인 걸까...?' 

     

     

    그렇게 즐거운 문화 차이를 경험하며 첫 출근을 무사히 마쳤다.

     

     

     

     

     

     

     

    *지난 글이 궁금하신가요?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

     

    [우디탄] 13. 취업성공!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

    디즈니 면접을 보고 난 후, 약 일주일 정도 흘렀다. 설마 내가 되겠어? 나 기대 안해~ 라며 태연한 척 했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그런가.. 만약 합격 하면? 집에서 오피스까지 꽤 멀던데 괜찮겠지

    poshpaws.tistory.com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