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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디탄] 09. 진짜 마지막_최종.jpg
    우아한 디자이너 /우아한 디자이너의 탄생 2020. 4. 16. 21:07

     

    뚜루루루루

    다야: (헐, 혹시 스티브 인가? 드디어 결과 발표??!!) 
    헬...로? 

     

    스티브 (헤드헌터): 다야니? 나야 스티브.

     

    다야: 아, 스티브. 안녕? 잘 지냈니?
    스티브: 응, 잘 지냈어 고마워. 지난 번 인터뷰는 어땠어? 
    다야: 응, 잘 본거 같아. 혹시 무슨 소식없었니?
    스티브: 소식? 있지~~ 이거 알려주려고 오늘 전화 한거야. 그 회사에서 니가 맘에 든대! 인터뷰가 좋았나봐. 
    다야: 와~~ 정말?? 너무 잘됐다 ㅎㅎ
    스티브: 그치! 근데 지난 번 인터뷰때 디렉터 한 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을 못했다고, 너랑 한번 더 인터뷰를 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다야: 아... 지난 번이 마지막 인 줄 알았는데..?
    스티브: 응, 맞아. 그랬었어 미안해. 그렇지만 이 사람도 결정권이 있는 포지션이라서... 음, 이건 그냥 통과의례 같은거라고 생각해. 아주 간단한 질문들만 하고 끝이 날거야. 잠정적으로는 너로 결정이 난 거 같은데 그래도 다른 디렉터의 의견도 참고하려는.. 그런 과정이랄까..? 괜찮겠니?
    다야: 응, 괜찮아. 다음 인터뷰는 언제야? (또 인터뷰라니.. ㅂㄷㅂㄷ)
    스티브: 다음 주 수요일에 같은 장소로 올 수 있겠어?
    다야: 그럼 갈수있지. 시간 맞춰서 갈게. 전화 줘서 고마워...!
    스티브: 좋은 소식 있을거야. 굿럭!! 

     

     

    뭐야..? 마지막 아니였어??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면 애초부터 내 인터뷰 일정을 조정해서 한번에 봤으면 좋았잖아.. 왜 사람 기대하고 실망하게 만드는거야.. 정말 ㅜㅜ 에휴... 아니다... 이번엔 정말 정말 마지막이라고 했고, 통과의례 같은 간단한 인터뷰라고 하니까 후딱 보고나서 깔끔하게 합격하고 입사하면 되겠지! 조금만 더 힘내자!! 

     

     

    지난 번 과제와 인터뷰에 전력을 다했고, 내심 기대하며 일주일을 마음 졸이며 기다렸었다. 이미 처음 폰 인터뷰를 한 이후 약 3주나 흘렀기 때문에 이렇게 긴 과정에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수 있나. 아쉬운 건 나인 걸.. 또 다시 일주일 긴장하며 인터뷰를 준비 할 생각에 답답해졌지만, 정말 마지막이라고 하니 그의 말을 믿고 기분 좋게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다. 누구하나 놓치는 사람없이 만창일치로 나를 합격시키도록!!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한 번 와 봤던 곳이라 그런지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근처 카페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려고 내가 좋아하는 아몬드 크로와상을 하나 주문해서 먹으며 다시 한번 예상 질문을 정리한 노트를 보았다. 

     

    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떨리지... 이번 인터뷰만 무사히 넘기면 합격이라는데, 잘 해야되는데...

     

    떨리는 마음에 생수 한 병을 사서 마시고는 일찌감치 인터뷰 장소로 향했다. 지난 번과 같은 회의실로 가니 이미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다려진 흰 셔츠에 짙은색 청바지를 입고, 마케팅 팀 디렉터인 앤드류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일대일 인터뷰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가벼운 농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앤드류: 두 번째 방문하니 어때요? 맘에 드나요?? 마음에 들어야 자주 오고 싶어질텐데!
    다야: 하하하, 그럼요. 분위기도 좋고 일도 재미있을 것 같고.. 마음에 들어요.  

     

    자주 오고싶어 져야 한다고..? 뭐야...? 진짜 잠정적으로 합격이 된건가??

     

     

    웃으며 알수없는 농담을 하는 앤드류 였지만, 친근했던 그렘과는 다르게 속마음을 알 수 없는 표정과 묘하게 상대방을 긴장시키는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긴장감은 인터뷰가 시작한 몇 분 후, 이내 안심으로 바뀌었다. 

     

    앤드류와의 인터뷰는 지난 번 그렘과 하였던 인터뷰를 마치 복사라도 한 듯, 똑같은 질문과 몇 개의 의미없는 질문들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인터뷰가 비슷비슷 하지만, 꾀꼬리가 된 것 처럼 대답을 하고 있으니 이건 마치 내가 얼마나 말을 조리있게 잘 하나.. 나의 영어실력을 한번 더 확인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한번 했던 대답인 만큼 더 잘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까지 내 영어실력이 걱정 되었던 걸까? 아니면 단지 자격지심 때문에 내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걸까?  어쨋든 내겐 잘 됐지 뭐...

     

    앤드류와의 인터뷰는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끝이 났다. 스티브의 말 처럼 그저 통과의례 같은 인터뷰여서 그랬던 거겠지? 라고 생각하며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회사를 나왔다.

     

     

    앤드류: 시간내어 줘서 고마워요. 곧 연락 드리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다야: 저도 감사했습니다. 

     

     

    드디어 정말 끝이 났고, 그 동안 고생했으니 보상으로 맛있는 거나 먹고 가야지.. 하며 전에 갔던 그 카페로 가서 이번에도 역시 크림티를 주문했다. 

    크림티가 나오길 기다리며 긴장을 풀고 쇼파에 깊숙히 기대었는데..

     

    폰 액정에 스티브의 번호가 떴다...!! 

     

    뭐야? 벌써 발표난거야? 설마.. 그냥 안부전화겠지? 아니면.. 곧 연락준다해서 이렇게나 빨리 준건가? 정말 그냥 통과 의례 같은거였나?? 

     

    전화벨이 울리던 그 찰나의 순간에 수백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지나 갔다. 이제 막 한 숨 돌리던 나는 합격에 대한 기대와 혹시 모를 안좋은 소식에 대한 불안감에 또 다시 뛰기 시작한 가슴을 붙잡고, 시끄러운 카페에서 행여나 그의 말을 놓치기라도 할까봐 급히 카페 밖의 조용한 곳으로 가서 조심스레 그의 전화를 받았다.

     

    다야: 헬...로...? 크리스?
    크리스: 응, 나야! 인터뷰는 어땠어?
    다야: 응.. 잘보고 왔어. 지난 번 보다 일찍 끝났어. 무슨일로 전화 한거야? 
    크리스: 아.. 조금 전에 S 회사로 부터 연락을 받았어.
    다야: 뭐..? 벌써? 인터뷰 끝나고 나온지 2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크리스: 응.. 결과를 빨리 알려주는게 서로 좋으니까. 음... 다야...... 아쉽게도 이번에는.. 안될 거 같아.... 통과의례처럼 간단한 인터뷰라고 했었는데, 그게 아니였나봐.. 아니면 인터뷰 할 때 무슨일이 있었던건 아니지..?

     

    충격이였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냥 통과의례 같은, 절차상 명분이 필요해서 하는 간단한 인터뷰라고 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질문도 대답도 어느것 하나 놓친 것 없이 잘 했는데.. 왜!!!??? 

    다야: 뭐? 불합격 이라고? 어떻게 그럴수가........아니., 아무일도 없었어. 그냥 지난번 인터뷰랑 같은 질문을 받았고, 비슷하게 대답했어. 그게 전부야.. 왜 떨어진거야? 내 영어가 부족해서..? 원래 그 회사는 이렇게 여러단계에 걸쳐서 사람을 뽑는거야...? 아니면, 나랑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지 한번 더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크리스: 그런건 아닐거야.. 네가 좀 예외적으로 인터뷰를 많이 보긴했지만, 다들 긍정적이였어. 이렇게 최종단계 까지 간 사람도 너 하나 뿐이고. 이건 매우 희망적이였다는 의미야. 마지막에 왜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유가 궁금하다면 내가 물어봐 줄게. 너 너무 잘해왔어. 걱정마. 이렇게 최종단계 까지 갔다는 건, 니가 충분히 매력있다는 거니까 실망할 필요 없어. 

     

    스티브: 다야, 실망하지마. 내가 또 연락할게. 
    다야: 응.. 고마워 스티브.. 

     

     

    전화기 너머로 날 위로해주던 스티브가 사라진 후, 두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 앉았다. 서운한 마음에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렀다.

     

     

    이렇게나 빨리..결과를 알려 줄 만큼, 난 고민 할 가치도 없는 지원자 였던 걸까....? 그렇다면 왜 이렇게 오랫동안 내게 희망고문을 한 거지..?

     

     

    지난 한 달 동안의 내 노력이, 시간이, 감정들이 허무하게만 느껴졌다. 

    총 네 단계의 인터뷰를 보는 동안 점점 더 기대와 열정이 커졌고, 그 만큼 실망도 컸다. 

     

    이제 거의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줄 알았는데.....ㅜㅜ

     

    한참을 그렇게 멍 하게 앉아있었다. 또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간다는게 버겁게 느껴졌다. 그동안의 몇 번 의 도전과 탈락의 기억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이렇게 까지 했는데도 안되는 거면... 안되는 건가봐...

     

    테이블 위에 주문했던 크림티가 나왔지만 식어가는 크림티를 뒤로 한 채, 허탈한 마음을 붙잡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내가 여기서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지난 한달 간 모든 신경을 쏟게 만들었던.. 나의 진짜 마지막 최종 인터뷰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우디탄] 08. 희망이 주는 달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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