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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었던 영국취업 도전기 I got a job !!
    우아한 디자이너 /영국 회사생활 2019. 12. 28. 08:19

    2015. 5. 23

     

     

    영국에 처음 올 때 까지만 해도 커리어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단지 하루하루 적응하는 것도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고,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을 하는 것 자체가

    두렵기도 했기 때문이다. 노는 것도 재밌고.

     

    그렇게 6개월 정도 지냈을 때인 작년 8월 쯤, 오빠의 제안으로 호기심 삼아 CV를 만들고, 업로드를 했고

    두 세 명의 헤드헌터와의 폰 인터뷰를 했고 그 와중에 운이 좋게 AFFINAGE 라는 회사의 

    온 사이트 인터뷰에 초청을 받았다. 

    대게 폰 인터뷰가 1차 인데, 특이하게 이 곳에서는 바로 온 사이트 인터뷰를 요청했기에 걱정이 되었다. 

    마침 시부모님 께서 여행 오셔서 함께 머무르고 있는 터라, 인터뷰 준비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어쨋든 오빠의 도움으로 3일정도 열심히 준비한 생애 첫 인터뷰를 잘 망치고 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울 정도..) 

    큰 상처를 안고 나의 첫 도전이 일단락 되고는 더 이상 CV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약 6~7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오빠는 이직에 성공해서 우리는 TWYFORD 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이 곳에 이사 온 후로, 나는 또 오빠의 꼬임?에 넘어가,,,  내 하드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CV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취업에 대한 열정은 거의 없었고

    무료한 날들을 보내기 보다는 뭐라도 해야겠다 싶은 마음에 재미삼아 CV를 업데이트 하고,

    가끔 Job apply 를 했다. 

     

     

    그런데 수정한 CV 덕 일까? 아니면 이 곳이 런던과 더 가까워서 기회가 많은 것 일까? 기대치가 낮았던 것 일까?

    예상보다 자주 헤드헌터 들이 전화를 주며, 내 CV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폰 인터뷰에서 미끄러지고, 부끄러운 경험도 하고 울기도 하고, 맥주로 둘이 위로 하기도 하며... 

    취업은 애초에 기대도 안 했는데, 왜 내가 이런 걸로 속상해 해야하나... 싶은 마음도 들고,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다 또 다시 온사이트 인터뷰 초청을 받았다 !!!! 

    집에서 멀지 않은 Henley on thames 라는 작고 예쁜 곳에 있는 회사였다. 

    중소기업이였지만, 독자적인 기술을 인정받은 꽤 탄탄한 회사였다. 

    구성 인원들도 젊고 활기가 넘쳐 보여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언어의 어려움이 컸던 나는, 폰 인터뷰 보다는 온사이트 인터뷰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기에

    일주일 간 남편의 든든한 내조로 열심히 준비하여, 첫 온사이트 인터뷰를 무사히 마쳤다. 

     

     

    사실, 걱정했던 것 만큼 힘든 질문들은 없었고, 사업 설명,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들, 업무환경 등등

    여러 정보를 알려주었고, 

    나의 지난 이력들 ( 어떤 작업들을 주로 했는지, 클라이언트가 어떤 사람이였는지 등)을 물었고,

    자신 있는 그래픽 툴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질문들을 했다. 

    업무 환경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이기 때문에 잘 적응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들도. 

    어쨋든 그럭저럭 1시간 가량의 온사이트 인터뷰를 마치고,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집에 돌아왔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그들은 내게 다음 스테이지를 안내 해 주었고, 나는 그들의 요청에 따라

    정해진 일정 내에 Infographic 을 제출 해야 했다. 

    처음 해보는 디자인이라 갈팡질팡 했지만, 헤드헌터가 힌트라고 보내준 지난 합격자의 Infographic 을 

    참고하여 최대한 열심히 준비했다. 

    사실 지난 합격자의 수준이 기대에 못 미쳐서 내심 기뻤지만, 나에게는 언어라는 핸디캡이 있기 때문에

    디자인에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었다. 

     

     

    Infographic 을 제출하고는 몇 일 뒤, 합격발표를 기다렸던 내게 또 다시 그들은 온사이트 인터뷰를 요청했다. 

    Final stage 라며 헤드헌터는 나를 독려했지만 사실 힘이 좀 빠졌다. 

    몇일 간의 준비 기간을 가지고, 마지막 온 사이트 인터뷰를 보러 갔다. 

    이 번에는 첫 인터뷰 때의 CEO 가 아닌, 기술 매니져와 디자이너 두 명이 인터뷰어로 들어왔고, 

    첫 인터뷰때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질문들을 했다. 

    함께 직접적으로 업무에 참여할 사람들이 여서 그런지, 기술적인 부분을 더욱 더 디테일하게 물었고, 나는 최선을 다해서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의 질문은 보여주기 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고, 

    다시한번 나의 언어에 대한 확인절차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거둘 수가 없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어쨋든, 감사하게도 그 들은 인터뷰가 끝나고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헤드헌터를 통해

    빠른 피드백을 주었고, 나는 근처 카페로 들어가서 눈물 적신 빵을 삼켜야했다..ㅠㅠ ㅋㅋㅋ

    빠른 피드백 덕에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마음 졸이지 않아서 감사했지만, 

    한 편으론 이렇게 금방 결정 날 것을 지난 한달 간, 여러차례 인터뷰 과정을 거쳤던 것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 아.... 나는 한 시간 고민할 정도의 후보였나....' 싶은 마음이랄까...ㅋㅋ 사실 한시간도 고민 안 했을거 같지만.

     

     

    이 후 드문드문 폰 인터뷰와 job apply 를 하고 한 차례 더 온사이트 초청을 받아 다녀오며 시간을 보냈는데, 

    몇 차례의 인터뷰를 거치며 달라진 한 가지는,

    나의 마음가짐 이였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과 날 걱정하는 남편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서 시작했던 구직활동이 이제는 점점 오기가 생기고 열정이 생겼다. 

    그 사이 내가 지원한 두 곳은 Disney 와  IDG Connect 였다. 

    두 곳 다 대기업 이기에 기대없이 지원했고, IDG 에서는 Infographic 과제를 하나 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잊을 때 즘 날아온 Disney 의 인터뷰 요청 메일 !!!! 

    비록 6개월 계약직 포지션 이였지만, 나의 로망 디즈니 아닌가 !!!! 

    디즈니에서 6개월 이라도 일 하면 얼마나 즐거울까, 합격은 커녕 오피스라도 구경하자 !! 하는 마음에 당장, 온사이트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영국의 Hammersmith 에 있는 디즈니는 유럽과 아시아 일정 부분을 관리하는 것 같았는데 (정확하진 않음 ㅋ)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생각보다 얌전한 오피스에 약간 실망하기도 했지만

    픽사를 인수한 이유에서 인지, 입구에 큰 스타워즈 장식들을 구경하는 걸 로도 신이 났다. 

     

     

    디즈니 와의 인터뷰는 정말 즐거웠다. 

    어릴 적 부터 디즈니를 보며 자라온 나는 오피스에 방문 한 것 자체로도 너무나 기뻤고 영광스러웠다.

    사실 상상만큼 캐릭터 천국인 오피스는 아니고 꽤 평범했지만, 곳곳에 걸려진 미키의 사진과 그림들이

    내가 디즈니에 왔구나 실감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디자인 팀의 디렉터와 단 둘이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다른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업무에 대한 설명과 이어지는 나의 이력들, 포트폴리오에 대한 설명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긴장 된 분위기가 아닌 유쾌하고 편안했다. 

    기억에 남는 질문 중 하나는, 

    가장 좋아하는 디즈니 캐릭터와 이유를 물었다. 

    사실, 오빠가 알려주는 예상질문에 포함되었던 질문이라 자신있게  Ariel !! 이라 답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역시 약 한시간 가량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사진 촬영 금지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했다. 

     

     

    아.... 디즈니의 답을 기다리다 지쳐 갈 때쯤, 

    IDG Connect  로 부터 내 Infographic 이 마음에 든다며 온사이트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Staines 에 있는 IDG Connect  오피스로 가는 길은 꽤 힘들었지만, 

    사실 디즈니에 온 마음이 뺏긴 나로서는 기대없이 인터뷰를 보았다. 

    하지만 인터뷰를 보면서 좋은마음이 들었고, 다양한 툴을 사용하게 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사실 나는 영상과 웹 분야의 경험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지만, 늘 관심이 있었던 분야이기 때문이다. 

     

     

    IDG Connect 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는 그 날따라 부족한 나의 모습에 너무 속상했다. 

    영어도 더 횡성수설 했던 것 같고, 질문에 대한 답을 더 구체적으로 할껄.. 하는 후회 등등

    속상한 마음에 그만, 기차에서 눈물이 터졌다. 

    또 다시 한 동안,  job apply 를 하지 않겠다며 혼자 훌쩍거렸다. 

     

     

    그렇게 일 주일 정도가 흘렀을까, 

    완정 망했다고 생각했기에 머리속에서 잊고 있던 IDG Connect 에서 전화가 왔다. 

    평소처럼 뒹굴거리다가 모르는 번호를 확인하고는 '아.... 또 헤드헌터 인가....' 하며 무심히 받았는데,

    지금 내 보스인 Matt 이 였다 !!!!!!!!

    Matt 은 역시나 이때도 친절하게 나에게 합격 소식을 들려주고는 

    너무 신이나서 소리지르고 울고 불고 하는 나를 달래주며 함께 기뻐해주었다. 

    그렇게 2 주 뒤에 첫 출근 하라는 기쁜 소식과 함께,,,

    어쩌면 1년, 어쩌면 약 3개월 간의 다사다난 했던 나의 취업 도전기가 마무리 되었다.... ^----------^ !!!

     

     

     

     

     

     

    지금은 약 3주 째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있지만,

    합격 소식을 듣던 그날의 기쁨을 잊을 수가 없다. 

    사실, 한국에서도 운이 좋아 큰 어려움 없이 좋은 곳에 취업을 해서 일을 했기에

    이번 취업 도전기는, 대학 입시 이후의 첫 도전이였다. 

    좋은 결과를 얻어 더 없이 기쁘지만, 도전 과정 자체도 나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우선, 영어도 꽤 늘었고 내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또 나름대로 인터뷰 스킬도 늘었다...ㅋㅋ

    물론, 여기는 한국과는 달리 인터뷰가 딱딱하지 않고 테이블에 함께 앉아 티 한 잔 하며 담소를 나누듯 인터뷰가 진행된다.

    직업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히 한국보다는 편안한 분위기 이며 좋은 회사는 지원자에 대한 배려도 남다른 것 같다. 

    인터뷰가 즐거울 수 있다니, 참 신기하지만 실제로 내가 경험한 모든 인터뷰들은 어려웠지만 즐거웠다. 

     

     

     

    어쨋든,

    타지에서 언어도 부족한 내가 취업의 문을 두드리기 까지도 많은 고민과 걱정이 있었는데,

    든든한 동반자 덕에 힘든 일도 즐겁게 잘 견뎌 왔던것 같다 ㅎㅎ 나의 눈물 콧물을 다 받아줌..

    어쨋든, 오늘 Matt 이 오피스에 없는 관계로 이렇게 글을 쓰는 여유를 다 부려본다..

    이제 진짜 일해야지......ㅋㅋ

     

     

     

    그럼,,,  길고도 지루한 취업 도전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나의 게으름이 허락한다면 종종 다른 에피소드 들을 적을 날이 오기를 바라며!!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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