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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체감하는 영국의 코로나 바이러스우아한 디자이너 /일상과 수다 2020. 2. 28. 20:37
뉴스에서 하루하루 늘어만 가는 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소식을 접할 때 마다 가족들과 친구들 걱정에 마음이 아프다. 먼 타국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곧 좋아질거다.' '몸 조심해라.' 등... 말 몇마디 뿐이라 요즘따라 내가 참 무능하게 느껴지곤 한다.
다행히 영국에는 아직 확진자 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가까운 이태리에서 무섭게 늘어나는 확진자 수 때문인지 영국사람들도 조금씩 위기감을 느끼는 듯 하다. 내가 사는 곳은 런던의 중심가는 아니라서 그동안 체감하지 못했었는데 조금씩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생활에 가까워 지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1. GP로 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문자를 받았다.
영국은 한국과 달리 동네마다 보건소 개념의 작은 병원 (GP)이 있고 동네사람들은 그 곳에서 무조건 진료를 받는데, GP에서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심각 국가에 여행을 다녀온 주민이 있거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 오지말고 아래 번호로 전화를 하라는 단체 메세지를 받았다. 국가 리스트에는 홍콩, 일본, 마카오, 싱가폴, 말레이시아, 대만과 한국도 포함 되어있었다.
2. 기차에서 사람들이 내 옆에 앉지 않는 것 같은건... 나만의 착각...? ㅠㅠ
평소 기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괜히 사람들이 내 옆에 앉지 않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혼자만의 착각인가 싶기도 한 것이 내가 타는 기차는 보통 좌석이 많이 남기 때문에 굳이 근처에 앉지 않아도 되거든... 여튼 안그럴려고 해도 나도모르게 주변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ㅠ
3. 마스크 품절
영국은 한국과 달리 평소 감기가 있더라도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는 문화이다. 마스크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이기도 하고...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요즘은 마스크를 낀 사람은 오히려 감염자 취급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에 나도 그동안 마스크를 끼지 않고 다녔다.
하지만 이태리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마스크를 미리 사두려고 검색해봤더니.. 온,오프라인 할 것없이 죄다 마스크가 품절이다....
심지어 아마존에도 품절!!! 이거나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것은 가격이 비싸고 배송기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될 것 같다. 며칠동안 출 퇴근길에 시간을 쪼개어 열심히 돌아다니며 모아놓은 마스크들과 조금 비싸긴 해도 그 중에 저렴한 걸로 우선 사두었다.
조금 서글펐던 건, 동양인인 내가 가게에서 마스크를 찾고, 계산하는데에도 이상하게 눈치가 보여서 용기가 필요했다. 여러곳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한 가게에서 10개 정도 마스크 재고가 있길래 고민하다가 모조리 다 구입하기로 마음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나를 빤히 쳐다보는 점원의 눈빛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한국에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것도 사치스러운 거라고 생각하며 당당한 척 계산하고 나왔지만 조금은 상처가 되었다.
(+추가. 대형마트 및 오프라인에는 손 세정제 젤 역시 품절이다. 온라인에서는 가격을 올려서 판매하는 듯하다..)
4. 갑자기 내 국적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어제 회사 단체 메일로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지침을 전달 받았다. 코로나 심각 국가로 부터 출장 온 사람들은 사내 출입불가 이며, 그 외 국가에서 온 손님들도 최소 14일 이전에 방문예약을 해야하며 출입시 입구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메일이었는데, 심각 국가 리스트에 당연히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메일을 받고 속상하지만 전염을 막기위해선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이기에 별 생각없이 출근을 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사람들이 내 국적에 관심을 가진다. 평소 눈 인사 밖에 나누지 않았던 옆 팀 직원이 굳이 내 책상까지 와서는 쿨한척 내 국적을 물어봤다.
- 안녕? 너 혹시 일본출신이니? 아니면 한국?
- 나 한국인데.
- 아 그렇구나. 난 그동안 네가 일본인 인 줄 알았어. 하하! 여튼 반가워 난 에덤이야.
- 그래. 반갑다.
그러곤 자리로 돌아가서 옆 친구와 중국이 어쩌고 저쩌고.. 오늘 슈퍼에가서 장을 실컷봐두고 음식을 좀 저장해둘까 어쩌고저쩌고.. 수다를 떠는데, 기분이 별로다.
기차에서도 대뜸 나보고 중국어 할 줄 아냐고 묻는데, 영국에 6년 가까이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왠지 중국인인지 아닌지 묻고 싶은데 직접적으로 묻기는 무례한 것 같으니 나름대로 돌려서 묻는다는게 이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내가 괜히 코로나 때문에 예민해진건지.
5. 그래도 아직은 평범한 날들이다
물론 위와 같은 소소한 변화들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고 뉴스에선 매일매일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아직까지 영국의 분위기는 평소와 비슷하다. 우선, 길에 마스크를 낀 사람이 없다. 외출도 맘대로 한다.
전 세계적으로 더 이상 상황이 심각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의 봄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코로나 때문에 외출도 못하고 다들 불안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속상해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 영국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더 많은 내용은 아래의 다른 포스팅에서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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